칼럼/가사
조정실에서 서명하기 전 마지막 10분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8.29몇 시간째 이어진 조정 끝에 드디어 조건이 맞춰지면 조정실 공기가 순간 가벼워집니다. 조정위원도 고생했다며 웃고, 이제 서명만 하면 오늘로 끝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 순간이 가장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지친 상태에서 읽는 조서 초안은 대충 맞아 보이기 쉽습니다.
조서는 판결과 같은 힘을 가집니다
조정이 성립하면 조서에 적힌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이 생깁니다(가사소송법 제59조). 적힌 그대로 강제집행이 되고,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다시 다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조정에서 합의한 내용과 조서에 적힌 문장이 정확히 같은지를 확인하는 마지막 몇 분이 몇 달의 소송만큼 중요합니다.
조서 초안을 받으면 눈으로만 읽지 말고 소리 내어 한 번 읽어 보세요. 숫자와 날짜, 누가 누구에게 무엇을 하는지가 귀로 들어오면 어색한 부분이 잘 보입니다. 애매한 표현은 그 자리에서 고쳐 달라고 해야 하고, 나중에 고치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부동산 동·호수, 계좌번호처럼 집행할 때 필요한 정보가 정확한지도 봅니다. 숫자 하나가 틀리면 등기나 압류 단계에서 서류가 반려되어 다시 법원에 고쳐 달라고 신청해야 합니다.
특히 다시 볼 문장들
- 돈을 주는 날짜와 계좌, 나눠 준다면 회차별 금액과 늦을 때의 처리
- 집을 넘기는 날짜, 대출을 누가 떠안는지, 은행이 승계를 거절하면 어떻게 하는지
- 양육비 금액과 매달 지급일, 언제부터 언제까지 주는지
- 면접교섭 요일과 시간, 아이를 건네는 장소, 숙박과 방학, 명절
- 서로 더는 재산에 관해 청구하지 않는다는 문장의 범위
마지막 문장은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이 조항이 들어가면 나중에 상대가 숨긴 재산이 드러나도 다시 청구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상대 재산을 충분히 확인했는지, 확인하지 못한 재산이 남아 있지 않은지 스스로 물어보고 서명하세요. 확인이 덜 됐다면 그 조항을 빼거나 범위를 좁혀 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나눠 받는 돈이라면 한 번이라도 늦었을 때 남은 돈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지도 적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문장이 없으면 회차마다 따로 집행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깁니다. 양육비도 마찬가지로, 아이가 대학에 갈 때 등록금처럼 큰돈이 드는 일을 어떻게 나눌지 한 줄 넣어 두면 몇 년 뒤의 다툼을 하나 줄일 수 있습니다.
오늘 끝내지 않아도 됩니다
조정은 합의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조정위원이 이 정도면 됐다며 재촉해도 확신이 서지 않으면 서명하지 않아도 됩니다. 잠시 휴정을 요청해 대리인과 따로 이야기하거나, 검토할 시간을 달라며 다음 기일을 잡아 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루를 더 쓰는 것이 몇 년을 후회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들어가기 전에 받아들일 수 있는 최저선을 숫자로 정해 두면 이 순간에 덜 흔들립니다. 지산은 조정기일에 함께 출석해 조서 문구를 한 줄씩 확인합니다. 서명은 그 확인이 끝난 다음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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