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사실혼과 동거, 법은 어디서 선을 긋나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24"혼인신고를 안 했으니 아무것도 못 받는 거죠?" 사실혼 관계를 정리하려는 분들이 상담에서 가장 먼저 꺼내는 말입니다. 반대로 "몇 년 같이 살았으니 당연히 반은 받겠죠?"라고 묻는 분도 있습니다. 두 생각 모두 절반만 맞습니다.
기간이 아니라 혼인의 실체를 봅니다
사실혼은 두 사람에게 혼인할 의사가 있고, 사회적으로 부부로 인정될 만한 공동생활을 했지만 혼인신고만 하지 않은 관계입니다. 몇 년을 살아야 사실혼이라는 기준은 없습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양가에 부부로 인정받으며 살았다면 기간이 짧아도 사실혼이 될 수 있고, 오래 같이 살았어도 결혼할 생각 없이 지낸 동거라면 보호받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사실혼 사건은 대부분 관계의 성격을 다투는 데서 시작합니다. 상대가 '그냥 같이 산 것'이라고 하면 혼인 의사와 공동생활의 실체를 하나씩 입증해야 합니다. 한 가지 자료보다 여러 자료가 같은 방향을 가리킬 때 인정받기 쉽습니다.
- 상견례, 결혼식, 신혼여행 사진과 청첩장
- 같은 주소의 주민등록과 함께 쓴 임대차계약서
- 생활비를 함께 쓴 계좌와 카드 내역
- 양가 명절과 경조사에 부부로 참석한 기록
-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이나 회사 가족수당 신청 내역
- 서로를 남편, 아내로 부른 메시지와 지인의 진술서
인정되면 받을 수 있는 것
사실혼이 인정되면 관계를 정당한 이유 없이 끝낸 쪽에 위자료를, 함께 모은 재산에 대해서는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법에 사실혼 재산분할 규정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판례는 부부 생활공동체의 실질이 같다는 이유로 법률혼의 재산분할 규정을 준용합니다. 사실혼 관계 존부 확인과 부당파기로 인한 손해배상은 가정법원이 맡고, 조정을 먼저 거칩니다(가사소송법 제2조, 제50조).
청구 기간도 법률혼의 2년 규정을 준용하는 것으로 보므로 관계가 끝난 날부터 2년 안에 청구한다고 생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관계가 끝난 날짜 자체가 다툼이 될 수 있어, 마지막으로 함께 산 날과 짐을 뺀 날을 기록해 두십시오.
법률혼과 같지 않은 부분
가장 큰 차이는 상대가 사망했을 때입니다. 사실혼 배우자는 상속인이 아니고, 판례는 상대의 사망으로 관계가 끝난 경우 재산분할 청구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오래 함께 살며 재산을 모았더라도 상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 그 재산은 상대의 법정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유족연금처럼 개별 법령이 사실혼 배우자를 따로 인정하는 경우만 예외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아이 문제도 다릅니다. 혼인신고 없이 태어난 아이는 아버지가 인지해야 법률상 부자관계가 생기고, 그 뒤에야 친권자, 양육자, 양육비를 정할 수 있습니다. 한쪽에 법률상 배우자가 있는 상태의 사실혼은 원칙적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점도 알아 두셔야 합니다. 혼인신고는 서류 한 장이지만, 그 한 장이 빠졌을 때 달라지는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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