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상대방 주소를 모를 때 소송을 시작하는 순서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1.30돈을 빌려 간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고 이사까지 가 버리면 소송은커녕 서류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부터 막막해집니다. 실제로 아는 것이 이름과 전화번호, 송금한 계좌번호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정도 정보로도 소송은 시작할 수 있습니다. 주소를 모르는 사건은 시간이 더 걸릴 뿐 길이 막힌 것은 아닙니다.
지급명령보다 소송으로
주소를 모를 때는 지급명령이 맞지 않습니다. 지급명령은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민사소송법 제462조 단서). 처음부터 소장을 내고, 피고 주소는 아는 범위에서 적되 연락처와 계좌번호를 함께 기재합니다.
소장을 내면 그때 시효 중단 효력이 생깁니다. 시효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주소를 다 찾을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우선 소장을 접수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상대방이 법인이라면 법인등기부로 대표자와 본점 주소를 확인할 수 있고, 개인사업자라면 사업장 주소가 단서가 됩니다. 사업장으로 송달을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사실조회로 인적사항을 찾습니다
소를 낸 뒤 통신사에 전화번호 가입자 정보를, 은행에 계좌 명의인 정보를 확인해 달라는 사실조회를 신청합니다. 회신으로 주민등록번호나 주소가 확인되면, 법원의 주소보정명령을 근거로 주민센터에서 상대방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아 지금 사는 곳을 확인합니다. 간편송금 앱으로 보냈다면 그 회사에 사실조회를 신청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 상대방 전화번호와 통신사
- 송금한 계좌번호와 은행
- 간편송금 업체와 거래 일시
- 옛 주소, 직장, 차량번호 같은 단서
회신을 기다리는 데 몇 주에서 몇 달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사이 새로 알게 된 단서가 있으면 바로 알려 주세요. 사실조회를 여러 곳에 함께 신청하면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지인을 통해 들은 주소도 단서가 되지만, 직접 찾아가 확인하거나 주변에 빚 사정을 알리는 일은 다툼을 키울 수 있으니 피하세요.
그래도 송달이 안 되면
주소지로 보냈는데 폐문부재로 돌아오면 야간이나 휴일 특별송달을 신청합니다. 그 주소에 살지 않는 것이 확인되는 등 주소를 알 수 없으면 공시송달을 신청할 수 있고, 첫 공시송달은 실시한 날부터 2주가 지나야 효력이 생깁니다(민사소송법 제194조, 제196조).
공시송달로 진행되는 사건에서는 피고가 나오지 않아도 자백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민사소송법 제150조 제3항 단서). 원고가 증거로 청구를 증명해야 판결이 나온다는 뜻입니다.
공시송달로 판결을 받을 수는 있지만, 집행할 재산을 찾으려면 결국 상대방의 인적사항이 필요합니다. 사실조회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까지 확보해 두어야 판결 뒤 압류나 재산조회로 이어 가기 쉽습니다. 상대방이 나중에 판결을 알게 되면 추후보완항소로 다툴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증거는 공시송달 사건이라도 빠짐없이 내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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