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성년후견을 신청하면 법원에서 거치는 단계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04

은행 창구에서 "후견인을 세워 오세요"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성년후견이라는 제도를 처음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머니 병원비를 어머니 통장에서 내야 하는데 본인 확인이 안 된다는 이유로 막히는 것이지요. 진단서만 내면 바로 되는 줄 알았다가, 몇 달이 걸린다는 이야기에 놀라기도 합니다. 미리 순서를 알고 시작하면 그 몇 달 동안 무엇을 준비할지가 보입니다.

어떤 후견을 청구할지 먼저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없으면 성년후견, 부족하면 한정후견, 병원비 처리처럼 특정한 일에만 도움이 필요하면 특정후견을 청구합니다. 필요한 범위를 넘는 후견은 부모님의 결정권을 지나치게 제한할 수 있어 법원도 신중하게 봅니다. 청구는 본인,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등이 부모님 주소지 가정법원에 할 수 있습니다.

청구부터 결정까지

청구서에는 가족관계 서류, 진단서, 부모님 재산 현황, 다른 가족들의 의견서나 동의서를 붙입니다. 형제들이 모두 동의하면 절차가 비교적 순조롭지만, 반대하는 형제가 있으면 그 사정도 법원이 듣게 됩니다.

법원은 성년후견이나 한정후견을 개시하기 전에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정신상태 감정을 맡깁니다(가사소송법 제45조의2). 가사조사관이 부모님과 가족을 만나 생활 상태와 재산 관리 실태를 조사하기도 합니다. 이 과정 때문에 결정까지 보통 몇 달이 걸립니다. 감정 날짜에 부모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는 일, 조사관 면담 일정을 맞추는 일은 실제로 부모님을 돌보는 가족이 맡게 되니 미리 역할을 나눠 두세요.

가장 많이 오해하는 부분은 청구한 자녀가 당연히 후견인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후견인은 가정법원이 부모님의 의사와 건강, 재산 상황, 후보자와의 이해관계를 보고 직권으로 정합니다(민법 제936조). 형제가 서로 맡겠다고 다투면 가족이 아닌 사람을 정하거나 후견감독인을 두기도 합니다.

후견인이 된 뒤 할 일

  • 선임 뒤 지체 없이 재산을 조사해 2개월 안에 재산목록 작성(민법 제941조)
  • 부모님이 사는 집을 팔거나 세를 놓거나 저당권을 설정하려면 가정법원 허가(제947조의2 제5항)
  • 지출은 모두 부모님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영수증과 내역을 보관
  • 후견인 보수는 스스로 가져가지 않고 법원에 청구해 정함(제955조)

후견이 시작되면 그동안 형제가 부모님 돈을 어떻게 썼는지도 정리할 기회가 생깁니다. 후견인이 부모님을 대리해 부당하게 나간 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고, 이때 만든 재산목록은 나중에 상속이 시작됐을 때 다툼을 줄이는 기초 자료가 됩니다.

부모님 판단력이 아직 남아 있다면 공정증서로 후견계약을 맺어 미리 믿을 사람을 정해 두는 임의후견도 있습니다. 어느 길이 맞는지는 부모님 상태와 가족 관계에 따라 다르니, 진단서와 재산 목록을 들고 상의해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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