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명의는 상관없다'는 말, 절반만 맞습니다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8.27재산분할 이야기가 나오면 "명의는 상관없대요"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혼인 중 함께 모은 재산이라면 남편 명의든 아내 명의든 분할 대상이 된다는 뜻이니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 말을 모든 재산에 똑같이 적용하면 계산이 크게 어긋납니다.
법은 원래 명의를 기준으로 출발합니다
민법 제830조는 부부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그 사람의 특유재산으로 정합니다. 누구 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재산만 부부의 공유로 추정합니다. 조문만 보면 명의가 꽤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재산분할을 정한 제839조의2는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을 나누라고 합니다. 혼인 중 한쪽 명의로 산 아파트라도 다른 쪽이 살림과 육아, 맞벌이 소득, 대출 상환으로 함께 만든 것이라면 협력으로 이룬 재산이 됩니다. 명의가 상관없다는 말은 이 지점에서 나옵니다.
반대로 혼인 중 산 재산이라도 한쪽이 혼인 전부터 가진 돈만으로 샀고 다른 쪽이 유지에 아무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분할 대상에서 빠질 여지가 있습니다. 결국 명의는 상관없다는 말은 '명의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출처와 기여를 따지는 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혼인 전 재산과 물려받은 재산
혼인 전부터 가진 재산, 혼인 중 부모에게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빠집니다. 협력으로 이룬 재산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른 쪽이 그 재산을 유지하거나 가치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면 분할 대상에 넣을 수 있다는 것이 판례의 태도입니다.
어떤 경우가 기여로 인정되는지는 사정마다 다르지만, 상담에서 자주 다루는 장면은 이렇습니다.
- 혼인 전 한쪽이 산 집의 대출을 혼인 뒤 부부 소득으로 함께 갚아 온 경우
- 물려받은 땅을 함께 관리하고 그 위에 건물을 지어 임대수익을 낸 경우
- 부모가 보태 준 돈이 신혼집 마련의 종잣돈이 되고 그 뒤 집을 여러 번 옮기며 키워 온 경우
- 한쪽 명의 사업체를 다른 쪽이 장부 정리와 거래처 관리로 오래 도운 경우
결국 자금의 흐름을 보여 주는 일입니다
명의를 다투는 사건에서 가장 힘이 있는 자료는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갔는지를 보여 주는 계좌 내역입니다. 혼인 전 재산이라고 주장하는 쪽은 취득 시기와 자금 출처를, 기여를 주장하는 쪽은 그 뒤의 대출 상환과 관리 내역을 보여 줘야 합니다. 부모가 보태 준 돈이라면 송금 기록과 당시 누구에게 준 돈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대화가 중요합니다.
결혼할 때 양가에서 받은 돈은 특히 기억에 기대기 쉽습니다. 십여 년 전 일이라 누가 얼마를 보탰는지 서로 말이 다르면, 그때의 통장 내역이나 매매계약서의 계약금 출처가 결론을 좌우합니다. 은행 거래 내역은 오래된 기간도 발급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으니 소송 전에 미리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혼인 기간도 함께 고려됩니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 혼인 전 재산이나 증여받은 재산을 빼고 계산하는 경우가 많고, 수십 년을 함께 살며 재산이 서로 섞였다면 처음의 출처를 가르기가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같은 질문에도 혼인 기간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명의는 출발점이고, 결론은 그 재산에 누가 무엇을 했느냐로 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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