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외도한 쪽도 이혼소송을 낼 수 있을까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9.02외도를 한 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 화부터 냅니다. 잘못한 사람이 이혼까지 요구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것입니다. 우리 법원도 같은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다만 '절대 안 된다'는 것은 아니어서, 어느 쪽에 서 있든 원칙과 예외를 정확히 알아 둘 필요가 있습니다.
원칙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대법원은 2015. 9. 15. 선고 2013므568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습니다. 당시 혼인이 파탄된 이상 책임과 상관없이 이혼을 허용하자는 파탄주의로 바꾸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다수의견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우리나라는 협의이혼 제도가 있어 책임 있는 쪽도 상대를 설득해 이혼할 길이 열려 있다는 점, 그리고 이혼 뒤 상대의 생활을 보장할 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탄만으로 이혼을 허용하면 책임 없는 배우자가 일방적으로 내쫓기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외가 인정되는 경우
같은 판결은 책임이 이혼청구를 막을 정도로 남아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이혼을 허용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법원은 책임의 내용과 정도, 상대의 혼인계속의사, 나이와 혼인기간, 별거기간과 별거 뒤의 생활, 이혼 뒤 상대의 생활보장, 미성년 자녀의 양육 상황을 두루 봅니다. 판례가 드는 대표적인 예외는 이렇습니다.
- 상대도 혼인을 계속할 뜻이 없으면서 감정 때문에 이혼에만 응하지 않는 경우
- 책임을 상쇄할 만큼 상대와 자녀에게 생활비와 양육비를 꾸준히 보내며 배려해 온 경우
- 오랜 세월이 흘러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의미 없을 정도가 된 경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봅니다
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은 상대의 혼인계속의사를 소송에서 하는 말만으로 판단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법정에서 '이혼은 못 한다'고 말하는 것과 별개로, 그동안 관계를 회복하려고 실제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객관적으로 보라는 것입니다.
이 판결 뒤로 이혼을 원하지 않는 쪽의 준비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부부상담에 응하고, 아이 문제로 연락을 이어 가고, 생활비를 요구하며 가정을 지키려 한 기록이 혼인계속의사를 뒷받침합니다. 반대로 상대를 비난만 하며 대화를 끊어 왔다면 그 사정이 예외 판단에 쓰일 수 있습니다.
이혼을 청구하는 쪽이라면 소송보다 협의가 현실적인 길인 경우가 많습니다. 별거 중에도 생활비와 양육비를 성실히 보내고, 상대가 이혼 뒤 살아갈 수 있도록 재산 정리를 먼저 제안하는 것이 판례가 말하는 '보호와 배려'에 가깝습니다. 책임이 한쪽에만 있다고 보기 어려운 사건이라면 쌍방의 책임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다툴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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