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협의이혼, 판사가 묻지 않는 것들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9.18협의이혼 확인기일에 판사 앞에 서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이혼할 뜻이 있는지 묻고,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친권자와 양육비를 어떻게 정했는지 확인하면 대개 끝납니다. 그 짧은 절차를 겪고 나면 법원이 이혼에 관한 일을 다 정리해 준 것처럼 느끼기 쉽습니다.
법원이 들여다보는 범위
민법 제836조의2와 제837조에 따라 법원이 확인하는 것은 이혼 의사, 그리고 자녀의 친권자·양육자, 양육비, 면접교섭에 관한 협의입니다. 양육비는 법원이 양육비부담조서로 남기고, 이 조서는 판결처럼 강제집행의 근거가 됩니다. 확인을 거친 부분은 나중에 받아낼 길까지 함께 마련되는 셈입니다.
그렇다고 법원이 자녀 협의서를 형식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닙니다. 협의 내용이 자녀의 복리에 맞지 않으면 보정을 명하고, 보정되지 않으면 이혼 의사를 확인해 주지 않습니다. 양육비 금액만 적고 지급일이나 종기를 비워 두면 나중에 밀린 금액을 계산할 때부터 다툼이 생기므로, 협의서 단계에서 매달 며칠에 어느 계좌로 언제까지 주는지를 분명히 해 두어야 합니다.
재산과 위자료는 빈칸으로 남습니다
재산분할과 위자료는 확인 대상이 아닙니다. 판사가 묻지도 않고, 두 사람이 따로 합의하지 않으면 이혼신고를 마친 뒤에도 정리되지 않은 채 남습니다.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협의상 이혼한 사람도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고(민법 제839조의2), 이혼한 날부터 2년 안에 하면 됩니다. 문제는 그사이 상대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연락을 끊는 경우입니다. 같은 집에 살 때는 보이던 재산이, 이혼 뒤에는 소송 절차를 거쳐야만 보이게 됩니다.
합의서에서 자주 비어 있는 칸
합의서를 쓰더라도 문구가 짧으면 해석을 두고 다시 다투게 됩니다. 상담에서 보게 되는 합의서에서 자주 빠져 있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나누지 않고 한 금액으로만 적은 경우
- 지급 기한은 있는데 늦어질 때의 지연손해금이 없는 경우
- 집을 넘기기로 했지만 등기 서류를 언제 넘길지 정하지 않은 경우
- 주택담보대출을 누가 갚을지 빠진 경우
- 퇴직금과 연금 이야기가 아예 없는 경우
앞으로 받을 돈이 있다면 강제집행을 승낙하는 공정증서로 만들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다만 공정증서로 바로 집행할 수 있는 것은 돈을 주기로 한 약속 같은 것에 한정되므로, 부동산 이전은 등기 서류를 넘기는 시점을 따로 정해 두어야 합니다.
하나 더 알아 두실 점은, 협의이혼을 전제로 쓴 재산분할 합의는 협의이혼이 실제로 이뤄지지 않으면 효력이 문제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협의가 깨져 재판상 이혼으로 넘어가면 재산분할을 처음부터 다시 다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합의서에 서명했다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여기지 마시고, 이혼신고까지 마쳐야 비로소 합의가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정확합니다.
'일단 이혼부터 하고 나머지는 천천히 정하자'는 제안 자체가 잘못은 아닙니다. 그렇게 했을 때 무엇이 남는지 알고 동의하느냐의 문제입니다. 확인기일 전에 재산 목록과 합의서 초안을 한 번 맞춰 보는 것만으로도 이혼 뒤의 소송 하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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