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기업
경업금지 약정서에 서명받았다고 다 효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1.26핵심 인력이 경쟁사로 옮긴다는 소식을 들은 대표가 입사 때 받아 둔 경업금지 약정서를 꺼내 듭니다. ‘퇴사 후 2년간 동종업계 취업 금지’라고 적혀 있으니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 이 약정이 문구 그대로 인정되는 경우는 생각보다 드뭅니다.
법원이 함께 보는 사정들
경업금지 약정은 직업 선택의 자유와 정면으로 부딪칩니다. 그래서 법원은 약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회사에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이 있는지와 퇴직자가 입는 제한의 정도를 함께 따집니다. 지나치게 넓은 약정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가 되거나 기간이 줄어든 채로만 인정됩니다.
- 보호할 만한 회사의 이익(영업비밀이나 그에 준하는 노하우, 거래처 관계)이 있는지
- 퇴직자가 재직 중 어떤 지위에서 무슨 정보를 다뤘는지
- 제한 기간, 지역, 직종이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는지
- 제한에 대한 대가를 지급했는지
- 퇴직 경위와 공공의 이익
대가 없이 모든 직원에게 똑같이 받은 약정서, 업종과 지역 제한 없이 몇 년씩 묶어 둔 약정서는 다툼이 생기면 효력을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핵심 기술을 다루던 임원에게 별도 보상을 주고 기간과 범위를 좁혀 받은 약정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약정보다 먼저 영업비밀을 봅니다
경업금지 약정이 보호하려는 것은 결국 회사의 정보입니다. 부정경쟁방지법은 영업비밀을 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 독립된 경제적 가치를 가지며,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로 정의합니다(제2조 제2호). 세 요건 가운데 실무에서 가장 자주 무너지는 것이 비밀관리입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유 폴더에 두었거나, 대외비 표시도 접근 권한 제한도 없었다면 자료의 가치와 관계없이 영업비밀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영업비밀로 인정되면 부정한 목적의 취득·사용·누설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억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되고(제18조 제2항), 침해금지 청구와 손해배상 청구도 할 수 있습니다. 고의적 침해라면 법원은 손해로 인정된 금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제14조의2 제6항).
자료를 가져갔다는 의심이 들면
퇴사자가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의심이 들면 삭제나 반환을 서면으로 요구해 두세요. 반환이나 삭제를 요구받고도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하는 행위도 처벌 대상에 들어가기 때문입니다(제18조 제1항 제1호 다목). 요구한 날짜와 대상 자료를 특정할 수 있도록 내용증명으로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정비
약정서는 직무별로 다르게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핵심 인력에게는 범위를 좁히고 대가를 정한 약정을, 일반 직원에게는 비밀유지 의무를 중심으로 한 서약을 받습니다. 여기에 중요 자료의 접근 권한 관리, 대외비 표시, 퇴사 시 자료 반환 확인서까지 갖추면 약정의 효력을 다툴 때도, 영업비밀 침해를 주장할 때도 근거가 됩니다.
이미 직원이 떠났다면 전직금지 가처분은 퇴사 직후 빨리 내야 의미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제한 기간이 줄어들고, 보호할 정보의 가치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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