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민사

조합 총회결의를 다툴 때 인가·고시 날짜부터 확인하는 이유

박종진박종진 파트너 변호사2026.03.02

총회 책자를 받아 보니 분담금이 이상하게 늘었고, 서면결의서 집계도 미심쩍습니다. 이럴 때 조합원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총회결의 무효확인 소송입니다. 그런데 정비사업에서는 같은 결의라도 언제 다투느냐에 따라 소송의 이름과 법원이 달라집니다. 이 점을 놓치고 소장을 내면 본안 판단을 받기도 전에 시간을 잃게 됩니다.

관리처분계획안 결의는 인가·고시가 기준선입니다

관리처분계획은 총회에서 의결한 뒤 행정청의 인가를 받고 고시됩니다. 대법원은 인가·고시 전이라면 관리처분계획안에 대한 총회결의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행정소송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보았습니다. 민사법원이 아니라 행정법원에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대법원 2009. 9. 17. 선고 2007다2428 전원합의체 판결).

인가·고시가 나면 사정이 바뀝니다. 그때부터 총회결의는 관리처분계획이라는 처분을 만드는 과정의 하나가 되어, 결의만 따로 떼어 무효확인을 구할 수 없습니다. 관리처분계획 자체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항고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인가·고시 전에 당사자소송을 냈는데 소송 도중 인가·고시가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소송을 그대로 두면 결의만 다투는 형태가 되어 버리므로, 관리처분계획을 다투는 소송으로 바꾸는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진행 중에도 고시 여부를 계속 살펴야 하는 이유입니다.

항고소송에는 기간이 붙습니다

취소소송은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이 지나면 낼 수 없습니다(행정소송법 제20조). 무효확인은 기간 제한이 없지만 흠이 중대하고 명백해야 해서 문턱이 높습니다. 인가·고시 직후 몇 달 안에 방향을 정하지 않으면 사실상 무효 주장만 남게 됩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다투려는 결의가 무엇인지, 고시가 언제 났는지를 먼저 묻습니다. 고시일은 시·군·구 공보나 홈페이지의 고시문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총회가 끝난 직후에 할 일도 있습니다. 소집 통지서, 안건 책자, 회의록과 영상, 서면결의서 집계표를 조합에 서면으로 요청해 받아 두세요. 어느 법원으로 가든 결국 정족수와 통지 절차를 숫자로 다시 맞춰 보는 작업이 필요하고, 그 재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구하기 어려워집니다.

인가와 관계없는 결의는 민사로 갑니다

모든 총회결의가 행정소송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시공자 선정이나 조합임원 선임처럼 행정청 인가를 거치지 않는 결의는 민사소송으로 효력을 다툽니다. 같은 총회에서 여러 안건을 처리했다면 안건마다 길이 갈릴 수 있습니다.

  • 다투려는 안건이 인가·고시를 거치는 것인지
  • 고시일과 처분을 안 날이 각각 언제인지
  • 본안 전에 효력정지 가처분이 필요한지
  • 같은 총회의 다른 안건과 소송을 나눠야 하는지

본안 소송은 시간이 걸리므로 결의가 집행되기 전에 효력정지 가처분을 함께 검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절차의 흠을 찾는 일만큼, 그 흠을 어느 법정에 가져갈지 정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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