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한정승인을 직접 청산할 때 놓치기 쉬운 순서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1.27한정승인 심판문을 받으면 대부분 한숨을 돌립니다. 그런데 법은 그때부터 상속인에게 숙제를 줍니다. 채권자들에게 알리고, 남은 재산을 돈으로 바꾸고, 정해진 비율로 나눠 갚는 청산입니다. 이 순서를 지키지 않으면 한정승인을 받아 놓고도 내 돈으로 물어 줘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5일과 2개월
한정승인을 한 날부터 5일 안에 일반 채권자와 유증받은 사람에게 한정승인 사실과 함께 일정 기간 안에 채권을 신고하라고 공고해야 합니다. 그 기간은 2개월 이상이어야 하고, 보통 일간신문에 냅니다(민법 제1032조). 심판문을 받고 일주일쯤 쉬었다가 공고를 알아보는 분이 적지 않은데, 그 사이 5일이 지나가 버립니다. 신문사마다 접수부터 게재까지 며칠이 걸리니, 수리 심판문이 나오기 전에 공고 문안과 게재할 곳을 미리 정해 두면 좋습니다.
알고 있는 채권자에게는 따로 신고하라고 알려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에서 준용하는 제89조). 조회 결과와 독촉장에 나온 곳이면 내용증명으로 보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알고 있는 채권자는 신고하지 않아도 배당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먼저 전화한 곳에 먼저 갚으면 안 됩니다
신고기간이 끝나기 전에는 채권자가 갚으라고 해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 기간에 독촉이 심한 한 곳에만 갚았다가 다른 채권자가 받을 몫이 줄면, 그 손해를 한정승인한 상속인이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1038조). 추심 전화에는 신고기간이 끝난 뒤 비율대로 배당하겠다고만 답하면 됩니다.
신고기간이 끝나면 신고한 채권자와 알고 있던 채권자에게 채권액 비율대로 나눠 갚습니다. 저당권처럼 우선권이 있는 채권자는 먼저 받습니다. 부동산처럼 팔아야 하는 재산은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로 처분해야 하고(제1037조), 형제끼리 시세대로 사고파는 방식은 쓸 수 없습니다.
기록이 나중에 나를 지킵니다
- 신문 공고가 실린 지면과 날짜
- 채권자별로 보낸 내용증명과 받은 회신
- 배당 계산표와 채권자별 이체 내역
- 배당금을 받지 않거나 연락이 안 되는 채권자에 대한 처리 경위
배당금을 받지 않는 채권자가 있으면 변제공탁을 검토합니다. 청산이 끝난 뒤에도 소송이 들어오면 한정승인 사실을 꼭 주장해 판결에 '상속재산의 한도에서'라는 문구가 들어가게 해야 합니다. 채권자가 많거나 경매가 끼는 사건은 처음부터 일정표를 짜 두는 편이 낫습니다.
신고기간 안에 신고하지 않았고 상속인도 몰랐던 채권자는 배당이 끝나고 남는 재산이 있을 때만 받을 수 있습니다(민법 제1039조). 공고를 제때 해 두는 것이 결국 상속인을 보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한정승인을 해도 상속인 지위는 남기 때문에 상속세나 부동산 처분에 따른 세금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경매가 예정돼 있다면 세무 확인도 미리 받아 두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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