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검인은 유언이 유효하다는 확인이 아닙니다
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9.30아버지 서랍에서 봉투에 든 유언장이 나오면 가족들은 대개 두 가지를 궁금해합니다. 이걸 뜯어 봐도 되는지, 법원에 가져가면 효력이 확정되는지입니다. 둘 다 답은 아니라는 쪽에 가깝습니다. 봉인된 유언장은 법원에서 열어야 하고, 법원의 검인은 유언의 효력을 판단하는 절차가 아닙니다.
어떤 유언이 검인을 받나
민법 제1091조는 유언의 증서나 녹음을 보관하거나 발견한 사람이 유언자 사망 뒤 지체 없이 법원에 제출해 검인을 청구하도록 정합니다. 자필증서, 녹음, 비밀증서 유언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이 원본을 보관하므로 검인이 필요 없고, 구수증서 유언은 급박한 사유가 끝난 날부터 7일 안에 따로 검인을 신청하는 별도 절차를 거칩니다(제1070조 제2항).
봉인된 유언증서는 법원이 상속인이나 그 대리인, 이해관계인이 참여한 가운데 엽니다(제1092조). 가족끼리 먼저 뜯으면 바꿔치기 의심을 받기 쉬우니 봉투 그대로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관할은 상속이 개시된 곳, 보통 돌아가신 분의 마지막 주소지를 관할하는 가정법원입니다.
휴대전화로 찍은 영상 유언도 녹음에 의한 유언의 방식을 갖추면 검인 대상이 됩니다. 다만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와 성명, 연월일을 말하고, 참여한 증인이 유언이 정확하다는 것과 자기 이름을 말하는 장면까지 담겨야 합니다(제1067조). 증인 없이 혼자 찍은 영상이라면 검인을 받더라도 방식을 갖추지 못한 유언으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검인이 확인하는 것과 확인하지 않는 것
검인은 유언서의 형태와 글씨, 날인 상태 같은 지금의 모습을 확인하고 조서로 남겨 위조나 변조를 막는 증거 보전 절차입니다. 유언이 방식을 갖췄는지, 고인의 진의인지, 작성 당시 의사능력이 있었는지는 판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검인을 마쳤다고 유효가 확정되지 않고, 검인을 받지 않았다고 유언이 무효가 되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검인을 받아 두어야 하는 이유는 실무에 있습니다. 자필 유언으로 부동산 등기를 하거나 은행에서 예금을 옮기려면 검인조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인기일에 다른 상속인이 아버지 글씨가 아니라고 의견을 밝히면 그 내용이 조서에 남고, 이후 등기 단계에서 막히거나 별도 소송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효력은 어디서 다투나
유언의 효력은 유언무효확인 소송 같은 민사 절차에서 다툽니다. 필체가 의심스러우면 고인의 생전 필적이 담긴 편지, 수첩, 계약서를 모아 감정을 신청하고, 방식 요건이 빠졌다면 그 점을 주장합니다. 반대로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쪽은 검인조서와 함께 작성 경위를 아는 사람의 진술을 준비해 둡니다.
유언서를 숨기거나 찢어 버린 사람은 형사 문제와 별개로 상속인 자격을 잃습니다(제1004조 제5호). 내용이 불리하더라도 원본 그대로 법원에 내는 것이 결국 자신을 지키는 길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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