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가사

배우자 측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김미소김미소 파트너 변호사2026.05.22

퇴근길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배우자분의 이혼 사건을 맡은 변호사라며 잠깐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냐고 묻습니다. 또는 법무법인 이름이 찍힌 내용증명이 집으로 옵니다. 이혼 이야기가 오가던 중이었더라도 상대가 변호사를 세웠다는 사실은 꽤 큰 충격입니다. 이때 가장 흔한 실수는 놀란 마음에 그 자리에서 길게 답하는 것입니다.

바로 답하지 않아도 됩니다

상대 변호사의 연락에 즉시 답해야 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전화라면 지금은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연락처만 받아 두고 끊어도 됩니다. 상대 변호사는 친절하게 말하더라도 배우자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입니다. 통화 중에 한 말은 상대 쪽 서면에 '피고도 인정했다'는 문장으로 옮겨질 수 있습니다.

내용증명도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증명은 이런 내용을 보냈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해 주는 우편일 뿐, 법원의 명령이 아닙니다. 적힌 기한까지 답하지 않는다고 그 내용이 인정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어떤 요구가 담겼는지는 꼼꼼히 읽어 두어야 다음에 올 절차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답을 하기로 했다면 전화보다 서면이 낫습니다. 짧게, 사실과 입장만 적고 감정이나 상대 비난은 빼세요. 나중에 이 답장도 증거로 제출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장 하나하나를 고르게 됩니다.

연락에 담긴 뜻 읽기

  • 협의 조건을 제시하며 기한을 정했다면 소송 전에 정리하고 싶다는 신호
  • 위자료 금액과 함께 소송을 예고했다면 곧 소장이나 조정신청이 올 가능성
  • 재산 처분이나 아이 문제를 언급했다면 가압류나 사전처분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
  •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제안이라면 그 자리의 대화가 기록될 수 있다는 점

상대가 제시한 조건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 조건이 내 몫을 제대로 계산한 것인지는 재산 목록을 놓고 따져 봐야 압니다. 기한을 짧게 잡아 압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기한은 상대가 정한 것일 뿐입니다.

그다음에 할 일

연락을 받았다면 날짜와 내용을 적어 두고, 받은 서류는 봉투째 보관하세요. 상대가 재산을 언급했다면 내 쪽에서도 재산 목록을 정리하고, 상대 명의 재산이 움직일 기미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상대가 먼저 가압류를 해 올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세요.

내가 대리인을 정했다면 그 뒤의 연락은 대리인을 통해 하겠다고 알리면 됩니다. 변호사끼리 이야기하면 감정이 섞이지 않아 조건을 주고받기가 오히려 수월합니다. 아직 정하지 못했다면 답을 미루고 먼저 상담을 받으세요. 지산은 대표변호사가 받은 서류를 직접 읽고, 답을 할지, 한다면 어떤 범위로 할지를 함께 정합니다.

배우자와 직접 나누는 메시지도 이때부터는 더 조심해야 합니다. 상대가 변호사와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면, 내가 보내는 한 줄 한 줄이 그대로 증거 목록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를 알려 드리기 위한 것으로,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사건마다 사정이 다르니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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